Kim Yoon Ah : 봄날은 간다 |
그림을 그리고 싶다. 가진 것은 끊임없이 불어나는데 일체 토해지지가 않고 있다. 그림으로는 토해질 것 같아 그림을 그리고 싶다. 지금의 이 감정은 최근에 봤던 한 영화와 일상에서 들었던 몇 마디의 말과 일교차가 심한 이 계절 때문일 것이다. 글로써는 엄두가 나질 않는다. 타이핑했다 지웠다를 몇날 며칠을 반복했지만 남은건 공백 뿐이다. 공백은 거기에 있어야 할 것만을 끊임없이 가리키고 있다. 어처구니 없는 연결이지만 그때의 너의 그림을 보지 못한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그래서 더욱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조금 다행스러운 것은 다음주면 이사를 오며 철거했던 방음부스를 다시 설치한다. 조금은 내뱉어질 수 있을까? 그러나 노래는 그리 근원에 가까운 것은 아님을 알아버렸다. 최근 피아노 연주에 몰두했던 것은 어째선지 그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노래와 글은 소화되지 아니한 것을 배출하지 못한다. 그림 또한 마찬가지일지 모르나 잘 모르기에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엄마가 말하길 그때는 정말 애가 정신병에 걸릴 것 같아 도저히 안 되겠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엄마에게 보여줬던 것은 일기장의 몇 마디 토막들이었고 우습게도 그것들은 이미 오래전에 소화된 것들이었다. 나는 언젠가부터 은연중에 알고 있었다. 표출해내는 어떠한 것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에 완벽히 부응하는 것이 무언지 또한 알고 있었다. 사실 그것은 노래 부르기가 아니다. 당연히 그림 그리기도 아니다. 아직은 말해질 수 없는 것이며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나는 어쩌면 항상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