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말 봄이 온 것만 같다. 해가 진 뒤의 시간이 더 길었던 내겐 봄이 왔음을 알아차린 것도 그 무렵이었다. 주위의 풍경들이 번져 나가는 것만 같다. 구획을 따라 달리는 자동차의 전조등과 이를 비추는 가로등 불빛과 색을 더한 신호등까지. 불빛들은 겹쳐지고 더해지고 번져간다. 사람들의 말소리는 공중에 부유浮遊하며 그 사이로 발 소리와 차 소리와 네온의 지글거림이 있다. 그 모든 소리들이 풍경風磬처럼 울리고 퍼진다. 숨 쉴 때면 습한 흙맛이 나며 어딘가 피었을 풀꽃의 향을 맡는다. 불빛을 등진 벚꽃은 채 볼 수 없으나 봄의 향은 이미 만연하여 부족한 것이 없다. 사월 첫째날의 거리는 이토록 충만하다. 마음은 들뜨고 정류소에 다다른 버스에 올라타 앉아보지만 마음은 진정되지 않는다. 스러질 듯한 나른함과 아름다움이 주는 우울함이 곳곳에 깃들어 있다. 기다리고 기억되지 않으며 다가오며 느껴지는 봄이다. 맑으며 밝으며 희미한 이 계절에 당신과 함께 녹아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