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서부터 위로, 묵직한 목각 도장으로 꾸욱 눌러 찍듯, 빠르지 않게 시간을 들이며 강한 자국을 남기는 말들이 있다. 그러한 말들은 날카롭게 꽂히지 않음에도 더욱 깊숙이 들어와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킨다. 수차례를 꺼내봐도 색조차 바라지 않을 그러한 말들. '니가 내 친구인게 자랑스럽다' 말하던 몇 해 전 그. 그때의 그 말은 참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오늘,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한 사람에게 들었던 말. '오늘 들었던 노래는 내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그의 말. 그는 성악 목소리가 그냥 듣기 싫었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 노래를 듣고 당장에 집에 가서 그 노래를 찾아들어보게 생겼다고 말을 한다. 코앞에서 들었을 때는 그저 밝게 웃어보였는데 집으로 돌아와 생각해보니 참으로 기분 좋은 말이다. 처음으로 무대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를 기회였다. 그랬기에 더욱 멋지게 불러보고 싶었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에 느꼈던 그 아름다움과 작은 전율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랬기에 그 사람의 말은 참으로 나를 어떤 즐거움의 수렁에 빠뜨렸다. 그러나 과연 오늘의 무대에 만족하냐 물어본다면 그렇지 않다고 답할 것이다. 컨디션 조절을 하지 못한 자신에게 오전 내내 미치도록 화가 나 있었고 그 감정은 끝도 없이 자신을 물고 늘어져 온갖 어처구니 없는 생각들을 끄집어냈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이 노래를 잘 부르고 싶은 이유가 따로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것이 너무나도 쉽사리 산산조각 나버린듯 해서 쉭 김이 빠져버렸다. 아무튼, 나는 오늘 노래를 했고 이것만으로도 참 많은 것들과 만날 수 있었다. 나는 말하는 사람의 표정과 어조를 거의 놓치지 않는데, 오늘 오전에 조금이라도 찡그린 표정을 본 적이 없고, 조금이라도 못마땅해하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아마도 그랬기에 목이 참 많이 아팠음에도 나는 열심히 노래할 수 있었다. 그것에 참으로 깊은 감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