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밤이 뒤바껴 밤을 새고 밝아오는 날이 갑갑하게 느껴져 아침 일곱 시쯤 산책이나 할까 집을 나섰다. 다행스럽게도 집 근처에 나지막한 산이 하나 있어 그곳에 들렀다. 배봉산拜峰山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도성을 향하여 절을 하는 형세, 왕실 묘원이 있어 고개를 숙이고 지나는 서민들의 모습, 무성한 배나무들. 작은 산임에도 그 이름에 다양한 유래를 가지고 있다. 오늘은 배봉산을 따라 걷다 한천로까지 이르러 그 모습들을 담고 왔다. 날이 밝아오는 모습들에 조금은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초입부터 가을의 색이 보인다. 그런데 생각보다 단풍이 짙지 않다.
단풍의 계절이 벌써 지난 것인지 아직 다다르지 않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아침 7시 어슴푸레한 하늘
잎사귀들이 부드러워 보인다
한밤의 달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또다시 들었다.
배드민턴 장이 떼지어 몰려있다.
다른 옷걸이엔 옷가지와 가방으로 가득 했으나 이건 녹슬었다고 버려졌나보다.
뜬금없이 매달려 있는 샌드백
한 번 쳐볼 법도 했는데 왜 바라만보고 담아만 왔는지 모르겠다
요즘들어 아침의 여러 공원에서 지도 선생님을 따라 체조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도 그런 곳이 아닐까. 확 트인 공간에 시원하다.
어릴땐 잔디 구장을 가진 학교가 신기했는데 이제는 흙으로 된 운동장을 귀한듯 바라본다.
좋아라하는 풍경
내버려둔 잔디와 굴러다니는 낙엽들
일본의 도리이(鳥居)가 떠올랐다.
이끼
핑크빛 담쟁이가 장난감처럼 붙어있다.
정말 핑크빛
이런거 사람들 많이 찍길래 한 번 찍어봤다
흰색의 벽은 비어있다기보다 가득찬 느낌이다.
스멀스멀 기어다닌다
무엇을 찍고 싶었을까
나도 모르게 찍었다
노란 전기공사차량이 담벼락을 쓸어담으려 한다
나무와 노란색
그늘 아래로 숨어버린 노란 차
비탈길의 스쿠터
아담한 집과 둥글둥글한 차들
적당히 건물을 가리는 단풍나무
아마도 모과나무
이 동네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다고 문득 생각했다
비를 피해 숨어든 자전거
햇살을 받은 벽돌은 참 따뜻하다
아마도 감나무
새어오는 빛이 느껴져 담았다
이런 나무 참 좋아라한다.
살아있다
생활, 동네, 전깃줄
거칠지만 부드럽다
선글라스 낀 남자가 이리저리 들이받으며 달릴 것 같다
동네를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잎사귀들도 햇볕도 풍성하다. 묶어둔 끈을 풀어주면 앞으로 쏟아질 것만 같다
'편지 > 방랑과놀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끔은 게임도 (5) | 2012.12.04 |
---|---|
송정바닷가 (2) | 2012.11.20 |
아스피린 (0) | 2012.10.29 |
새벽녘 교정校庭 (1) | 2012.10.26 |
아로마 오일 (1) | 2012.09.27 |
데빌스핀 구렸다 (4) | 2012.09.16 |
삼청동 테니스 코트 (3) | 2012.09.16 |
Zigsaw Puzzle 1000pcs (2) | 2012.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