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 낀 창 원그리며 닦아 나가듯 조금은 막연하게 살아갈 것이다. 내일의 청사진을 제도하기보다 오늘의 목마름과 배고픔을 위할 것이다. 살아있음을 느끼는 섬광과 같은 순간을 좇을 것이다. 여행자가 불현듯 걸음을 멈춰 언제라도 여행을 끝낼 수 있듯 살아간다는 건 매순간 '살아가리라!' 외치는 것이어야 한다. 따뜻한 밥과 국을 떠넘기는 순간에도 여기서 마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시간이란 無이며 비로소 살아갈 때에 공백이 된다. 나는 매순간을 공백으로 마주하며 두려움과 불안에 몸서리친다. 이것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첫번째 순간이다. 시간이 흐름에 그대로인 것은 없다. 엄습하던 불안은 점점 잠식되고 무료해진 나는 無를 향해 다시금 뜀박질을 시작한다. 소멸 직전의 찰나 근본 없는 갈증과 허기가 공허를 메운다. 살아있음을 느끼는 두번째 순간이다. 욕慾과 망望이 눌어붙고 심연의 존재에서 현실의 존재로 다시금 태어난다. 외면한다면 첫번째로 돌아가며 다시금 넘어오지 못한다면 내면의 그늘에 갇힌다. 두 순간을 축으로 하는 진자의 운동은 드나드는 호흡이며 곧 삶의 의지이다. 두려운 자는 말하지 못하며 감히 느끼지 못한다. 여기서 다시금 표방한다. 매순간 초조와 불안속에 끊임없이 탐貪하고 욕慾하고 망望할 것이다. 살아있는 자신과 온힘으로 부딪쳐 으스러질 만큼 느낄 것이다.
'편지 > 斷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향의 바닷가 (0) | 2012.11.20 |
---|---|
잠꼬대 7 (0) | 2012.11.14 |
응고된 피 타고남은 재 (0) | 2012.11.11 |
뒤돌아서 섬뜩할 때 (1) | 2012.11.06 |
변덕이거나 돈오(頓悟)이거나 (2) | 2012.10.06 |
잘못 걸려 온 전화로 만났다 (3) | 2012.10.05 |
재현 1 (0) | 2012.10.01 |
잠꼬대 5 (0) | 2012.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