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하는 학생과 이름이 같아 잘못 걸려 온 너의 전화. 전화기에 네 이름이 찍혔을 때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망설였다. 그만큼 오랜시간 서로 연락이 없었다. 조금은 두려움과 불안함에 통화 버튼을 눌렀고 다행히도 반기는 목소리에 마음을 놓았다. 지하철 객실 모퉁이에 서서 나의 얘기, 너의 얘기, 나의 꿈, 너의 꿈에 관해 한동안 주고받았다. '넌?' 이라는 물음에 서슴없이 답하는 사람 참 오랜만이었다. 그래 넌 항상 꿈이 있는 사람이었다. 통화를 하며 고개를 들자 맞은편 유리창으로 내 모습이 비쳐왔다. 어딘가 평소와 달라보여 통화를 끝낼 때까지 그 모습을 앞에 두었다. 화이팅, 그럼 안녕, 그렇게 통화를 마쳤다. 문득 나이 먹은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앞으로 대화할 기회가 또다시 생긴다면 아마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의 꿈에 대해 듣고 서로의 꿈을 응원할 것이다. 오늘은 그러한 몇 년 혹은 몇십 년 뒤의 시간을 조금 앞당겨 경험한 것만 같다. 과외하는 학생 이름이 나와 같아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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