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자명종 벨소리, 눈을 찌르는 형광등 불빛. 그들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날이면 온종일 무언가 짜증스럽고 예민하다. 그만큼 내게 있어 깨어나는 순간과 그 후의 몇 분간은 그날의 하루를 좌지우지할 만한 것이다. 지금의 방에는 두 개의 탁상시계가 있다. 하나는 삐비빅 미끄러지는 소리를 내는 녀석이고 다른 하나는 망할 그릇 깨지는 소리를 내는 놈이다. 둘의 알람 간격은 10분에서 20분 정도다. 첫 번째 녀석의 소리에 깨지 못하면 망할 그릇 깨지는 소리에 벌떡 몸을 일으키게 된다. 그것에 때로는 목에 경련이 일 것만 같다. 그리고 일단 깨어나면 가급적 형광등을 바로 켜지 않는다. 적어도 2-3분 정도는 불을 끈 채로 있거나 노란 빛을 내는 스탠드를 약하게 켜둔다. 그런 다음에야 형광등을 켜도 눈이 부시지 않고 머리가 아프지 않다. 그 시간 동안에는 벽을 더듬어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냉장고 앞에 앉아 이온음료를 마신다. 그런데 때때로 그 2-3분을 참지 못하고 컴퓨터 전원을 켜거나 형광등을 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아-!'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허겁지겁 다시금 모든 전원을 내린다. 하지만 그땐 이미 늦었고 그 날 하루는 짜증으로 가득하다. 조금전 잠에서 깨어 쫓기듯 이온음료를 들이키고 있자니 '버들잎 띄워 물 좀 먹고' 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 비루한 조급함은 대체 어디서 온 건지 알 수 없다. 고작 몇 분간을 지그시 응시하는 법도 잊어버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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