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31
2018. 4. 22. 00:30
안개비가 내리는 오전이었다. 새벽 근무 다음날이라 일찌감치 연습도 포기한 채 그녀가 일하는 퇴계원으로 향했다. 답답한 마음이 계속되던 요즘이었다. 그리 긴 시간은 허락되지 않지만 그래도 어딘가로 향하고 싶었다. 낯선 풍경들에 시선을 뺏겨 잠깐이나마 자신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칠듯 떨어지는 비는 나쁘지 않았다. 반복적으로 어둡고 축축한 땅 냄새를 들이마시자 호흡이 차분해졌다. 미처 약속도 하지 못한 만남이었다. 나는 점치듯 그녀가 있을법한 퇴계원의 수많은 교회를 들락거려야 했다. 전국에서 가장 면적이 작은 면面이라더니 교회는 또 엄청 많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우린 다행스럽게도 만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