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맑은 날씨였다. 버릇처럼 살펴 본 미세먼지도 '보통'을 말해주고 있었다. 어느새 꽃을 틔우던 자리에는 파릇한 잎들이 싱그럽게 자리했다. 지난날 넉넉한 꽃 구경에 떨어진 꽃잎도 더이상 아쉽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브런치 카페에 들렀다. 매 외출마다 브런치로 치킨 한 마리 값이 나간다. 그럼에도 빵이 정말 좋다. 그 위에 보기 좋고 맛있는 토핑까지 올려져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침이 고인다.
서울숲의 전시회를 찾았다. 식물로 뒤덮인 작품이나 갖가지의 정원을 떠올리고 갔으나 사진을 위한 배경처럼 느껴지는 곳이었다. 오히려 좋았던 것은 기념품샵에서 파는 '산타나무'였다. 분재의 수형과 틈틈이 피어난 흰 꽃들이 제법 수려했다. 실은 애기사과나무 수종인데 수익금을 익명으로 기부해서 산타나무란다. 부모님께 안겨 드릴 마음으로 사뿐하게 데려왔다.
오후에는 습관처럼 학교로 향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연습에 이다음 모든 일정들을 밀어냈다. 기쁜 마음으로 연습실을 나서던 건 언제일까. 최근의 불규칙한 근무에 레슨도, 연습도 쉽지 않다. 우울했다. 순조롭게 유학준비를 풀어가는 동기를 보며 그나마 마음이 풀어졌다. 여자친구를 만나 연습을 더 하다가 쫓기듯 밀어냈던 일들에 달려갔다. 종국에 들린 햄버거 가게에서는 저녁때의 저무는 빛이 있었다. 우린 하루의 정점처럼 햄버거를 해치웠다. 긴 하루를 해체하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