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된 말 중에 시민박명[civil twilight, 市民薄明]이란 말이 있다. 처음에는 계몽적 의미를 지닌 단어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박명이란 일출전 혹은 일몰후에 빛이 남아있는 상태를 말하고, 시민박명은 밖에서 일을 할 수 있으며 신문의 활자를 읽을 수 있는 시간대의 밝기를 뜻한다. 희망에 꽂혀 있는 최근이기에 아마도 이 단어에서도 그 느낌을 받은 것 같다. 그리고는 곧 서울에서는 시민박명을 경험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거리는 네온사인과 가로등으로 항상 가득했다.
오늘은 새벽 일찍 공원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마도 시민박명에 가까운 것을 봤다. 오전 5시가 채 되기 전 공원으로 들어갔다. 해가 뜨기 전이었지만 가로등과 반사등이 공원을 비추고 있었다. 그러다 오전 5시가 되면서 모든 조명이 일순간 소등되었는데 순간 서늘함을 느꼈다. 채도를 낮춘 듯한 푸른빛이 공원을 감돌았다. 마음에 들었다.
공원에서는 별도의 입장료나 요금 없이 동물들도 볼 수 있다. 아직 개장 전이었지만 동물들의 모습을 몇 장 담았었는데 사진을 찍다 노루 무릎에 생긴 상처를 보다가 어제 동물원의 동물들이 불쌍하다는 그 말이 갑자기 떠올랐고 그래서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돌아나왔다. 이곳에 그들의 사진도 올리기 싫다. 이러면서도 다음에 동물원을 또 가게 되겠지만 글쎄,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걸 제외하고는 참 마음에 드는 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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