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바람을 쐬고 싶어 해가 뜨기도 전에 밖으로 나갔다. 일교차는 크지만 하늘은 맑은 가을 날씨였다. 다행히도 밝아오는 태양을 보며 달릴 수 있었다. 동틀 녘의 태양은 떠오르는 석양과도 닮았다. 그 빛은 정오의 그것과는 달리 수많은 여지를 남겼다. 그의 그늘 아래에선 수많은 그림자가 태어난다. 둘은 서로의 이면과도 같지만 조화롭게 어울린다. 그들은 정제된 풍경 위로 또다른 풍경을 덧씌우며 그속으로 시간이 흐르게 한다. 이른 시간의 그림자는 길을 내듯 길어지고, 풍경들은 비스듬히 바닥으로 그려진다. 정오에 이르러서는 잠시 자취를 감췄다가 이내 길어지는 그림자를 따라 다시 한 번 바닥으로 내려온다. 그렇게 풍경들은 하루 동안 수차례 교차한다. 지금 이 시대의 내가 살아가는 곳들은 예외 없이 심어지거나 가꾸어져 철저하게 조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들이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빛과 그림자가 함께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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