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땀을 흘리고 돌아다녀도 여름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계절상으로 여름이겠거니 생각할 뿐이었다. 나는 일 년 내내 귤만을 주구장창 까먹기에 제철과일을 잘 모른다. 그저 여느 때처럼 이마트몰에서 마우스질을 하다가 수박이 싸길래 그저 장바구니에 담았을 뿐이다. 어차피 집으로 가져다 주고 냉장고의 야채박스에도 들어갈 것 같았다.
오늘이 되어서야 반으로 쪼개고 또 쪼개서 맛을 봤다. 나는 수박의 맛을 보며 아마도 올해 처음으로 여름을 느꼈다. 가끔이나마 버릇처럼 먹던 과일 주제에 이러한 기분까지 들게 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수박>이라는 일드의 계절이 여름이었다는 걸 떠올리게 됐다. 그 드라마의 배경이 여름이라는 걸 놀랍게도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여름을 실감하자 모기가 두려워진다. 괜히 몸이 간지러워진다. 한밤중에 깨지 않으려면 역시나 모기장을 설치해야할 것이다. 뉴스에서는 내일부터 장마가 올 거라 말한다. 기다렸던 장마지만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이번 장마 때는 모기장 안에서 수박을 잘라 먹어야겠다. 만약 자가용이 있다면 수박을 싣고 다니며 만나는 이들에게 잘라 줄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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