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한 집에서 삼 년 동안 살다보니 숨어있는 짐들이 참 많다. 짐을 싸도 싸도 짐이 계속 나온다. 우체국 박스가 열 다섯 박스를 넘어가고 있다. 꽉꽉 채웠는데도 이런다. 아, 어제 늦게 자고 오늘 레슨 있는 바람에 잠도 많이 못잤는데 큰일이다. 이사 후에 또다시 몸살 나는건 아닐까 모르겠다. 하, 자고 싶다. '짐'이 별로 없을 줄 알았다. 천천히 이삿짐을 싸고 싶었고 천천히 풀고 싶었다. 포장 이사보다는 용달이 끌렸다. 포장 이사는 휙휙슉슉 하고 끝나버리긴 하는데 뭔가 공허하다. 특히나 아저씨 아줌마 혹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 순간에 슉 빠져나가고 짐이랑 나만 남아있을 때 이사를 한건지 다른 사람이 살던 집에 들어온건지 잘 모르겠더라. 용달은 친구 불러서 꽤 느긋하게 왔다리갔다리 하면서 차를 타도 무릎에 앉혀서 좁아터지고 과속방지턱에서는 좀 덜컹거리고 짐 나르면 팔이 쑤시지만 내 집이 된 것만 같으니까. 이건 뭐, 집에도 낯가림을 하는건지. 그리고 용달 이사했던 날은 날씨도 사람들의 얼굴도 다 생생히 기억나는데 포장 이사했던 날은 별 기억이 없더라. 에휴, 글 그만 줄이고 다시 짐 싸야하건만 귀찮아 죽겠다. 휴, 블로그 매화꽃 이미지도 손봐야 하는데 마우스질도 귀찮다. 에고, 그래서 하고싶은 말은, 다음번엔 포장이사 할거다. 피곤하니까 정취고 운치고 뭐고 다 모르겠다. P.S. 야 니 내일 늦으면 나 디진다 빨리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