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서 푼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난 머리 아플때 뭔가를 꾸역꾸역 쳐넣으면 어김없이 체하고 토를 했다.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아무 생각없이 뭔가를 씹어먹는 날들이 있었다. 어떤 날은 초콜렛을 미친듯이 씹어먹던 날도 있었고 또 어떤 날은 과자를 한 다발 들고와서는 쑤쎠넣고 씹어쌈키고를 반복하기도 했다. 딱히 맛있지도 않았지만 씹는 질감은 강하게 느꼈다. 목구멍으로 꾸역꾸역 넘어가는 것도 강하게 느꼈다. 그리고 포만감과 이를 넘어서 거북함과 메스꺼움까지 느꼈다. 아마 토도 몇 번 했다. 그러한 일련의 느낌들. 여전히 공감은 아닐지 모르겠으나 이제 어느 정도 설명 가능해졌다. 너무 심한것 같아 사진으로는 담지 않았다. 회초밥과 데리야끼 꼬치도 사왔었다. 맥주는 두 모금만 마시고 변기에 버릴거다. 존나 낭비라는걸 알지만 오늘은 좀 흘려보내야 살 것 같다. 어쩌다보니 오늘 집 계약을 하고 왔는데 이건 참 잘한 것 같다. 오늘 방으로 들어서며 잠깐의 숨막힘을 느꼈다. 일어난 일들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것은 뭐 딱히 나쁘지 않은데 그것과 같이 살아간다는 건 참 힘든 일인듯 싶다. 이렇게 긴 말 했지만 그냥 떠날 때가 된거다. 오늘까지는 여기 묻고埋, 또 가면 되는거다. 참 지랄맞기도 하지만 참 맘에 들기도 하니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