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색깔의 테니스 그립을 찾아 바꿔주었다. 그립은 스트링 다음으로 중요한 소모품이 아닐까. 카메라가 있어 불편한 자세로 감다보니 허겁지겁 하는 감이 있는데 평소에는 엄청 느긋하게 감는다. 옆에서 빨리 좀 감아라는 핀잔을 할 정도로. 소모품을 교체한다는건 내게 꽤 매력적인 것이라 서둘러 후딱 해치워버릴 생각은 없다. 이전의 글에서도 썼는지 모르겠는데, 처음으로 소모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일드 '노다메 칸타빌레'에서였다. 드라마에서 '쿠로키'라는 오보에 연주자가 한 말이 참 인상 깊었다. 오보에는 연주를 위해 '리드'라는 갈대 줄기로 만든 발음체를 필요로 한다. 이는 정기적으로 교체해주어야 하며 반드시 사용전 4분 가량 물에 담가 두어야 한다. 드라마에서 리드를 물에 담가 두지 않아 곤혹을 치르는 쿠로키를 보며 정말 귀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등장인물들도 쿠로키에게 그와 같은 동조의 말들을 했다. 그러자 쿠로키가 말했다. '나는 오보에를 연주하며 이를 참 좋아한다. 그리고 리드를 교체하고 물에 담그는 것 또한 오보에의 한 가지다. 그렇기에 내게는 이또한 즐거운 것이다.' 그 대사는 소모품에 대한 나의 시각을 완전히 바꿔놓은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