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할 일도 없고 만사 귀찮을 때 습관처럼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얼마 전부터 시작됐다. 그 일이란 티스토리 블로그 우측 상단 '랜덤' 버튼을 타고 아무 블로그에나 흘러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짓을 하다보면 대부분의 블로그가 개설만 하고, 아주 거창하고 신비로운 듯한 대문글만 써 둔 체, 그 상태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70%가 그러하다. 그리고 25% 가량은 정지를 먹은 건지 탈퇴를 한 건지, 없는 주소라고 나온다. 결국 나머지 5%만이 그나마 간간이라도 글을 올리고 있는 이들이다. 다시 말하면 20번 클릭하면 겨우 한 군데 만날까 말까 하는 정도다. 이런 미련한 짓을 왜 하느냐고. 답은 간단하다. 내가 만나고 싶은 건 바로 그 5%이기 때문이다.
티스토리 블로그, 참 좋다. 글쓰기에도 딱히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겠고 사용자의 자유도가 높다는 점은 참 매력적이다. 그런데 여기는 사람이 적다. 네이버에 워낙 사람들이 집중되다 보니 더 적게 느껴진다. 나는 처음 티스토리 블로그를 만들고자 했을 때 이를 티스토리의 매력으로 받아들였다. 왜 그리 느끼게 되었는지 잠시 얘기하면, 예전 어떠한 주제로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을 무렵 너무나도 답답하여 구글에 그 주제와 관련한 단어들을 검색했다. 기대 없이 그냥저냥 스크롤 내리고 화면 바라보고를 반복하다 같은 주제로 고민하고 있는 이의 글을 보게 되었다. 힘있게 클릭했다. 그 블로그는 티스토리 블로그였다. 그때 받은 느낌이 마치 숲속을 거닐다 작은 오두막집을 만난 기분이었다. 그것이 내게 있어 티스토리 블로그의 첫인상이다. 다시 돌아와, 그랬기에 내게 사람이 적다는 것은 티스토리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티스토리 블로그를 운영하는 다수의 사람들은 이를 '극복'하고자 했다. 그들은 작성한 글들을 각종 메타블로그에 무차별 발사하고 트랙백을 주렁주렁 달고 검색유입을 위해 '글제목'과 '태그'를 '가장 열심히' 썼다. 지금도 티스토리의 주제별 새글에는 제목만으로 글의 핵심을 유추할 수 있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난 저것들을 클릭할 생각은 없다.
티스토리 블로그를 개설하기 전까지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다. 어느 날부터 눈에 자주 띄는 것이 있었다. '퍼스트드_'. 정상적인 댓글임에도 따라 들어가보면 '퍼스트드_'이 딱 박혀 있었다. '씨_'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개념없는 초딩들은 나를 어이없게 했지만 퍼스트드_은 나를 화나게 했다. 그들은 잿가루와도 같았다. 결국 시끄럽고 광고로 넘쳐나는 네이버 블로그를 뒤로 하고 티스토리로 넘어오게 되었다. 그런데 티스토리를 얼마간 하다가 깨달았다. 티스토리에서는 광고를 아주 상하좌우 align left right center vertical-align top middle bottom 씨_ 아주 동서남북으로 광고를 자유롭게 갖다 붙였다. 기대했던 만큼 욕이 더 나왔다. 그 뒤로 하나든 둘이든 광고를 붙여놓은 블로그는 똥밟은듯 피한다.
그래서, 결국 처음으로 돌아간 것 같다. 메인에 뜨거나 인기가 많다는 블로그에 안 들어가게 됐다. 그저 가끔 검색하다 운좋게 만나는 것, 그것이 가장 좋은 것임을 느꼈다. 그런데 마냥 그러고 있기란 답답했다. 그저 글을 쓰고, 생각을 하는 것이 좋아 블로그를 하는 이들이 분명 여기에 있음을 아는데 '언젠가 또 만나겠지' 이러한 막연한 기대만 하기란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멍때리며 '랜덤' 버튼을 눌러댄다. 그러다 진솔하고 예쁜 블로그를 만나게 될 때면 잠시 머물며 글을 읽고 사진을 보며 짧은 인사를 남기기도 한다. 이는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만큼 큰 즐거움이다. 앞으로 얼마간은 랜덤 버튼을 계속 더 눌러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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