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에 도착할 즈음 폰으로 열심히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도 부산역 근처를 들렸다 갈 생각이었다. 지난번 내려와서 들렸던 태종대의 기억이 너무도 좋았던 까닭이었다. 네이버 지도를 찾아보니 가까운 곳에 부산항여객터미널이 있었다. 차를 타고 지나며 얼핏 봤던 모습이 떠올랐다. 터미널은 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도착하자 볼 건 별로 없었다. 너무나도 깔끔한 곳은 역시나 볼 것이 별로 없었다. 그저 설날 연휴에 이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여객선을 타고 여행을 간다는 사실에 놀랐을 뿐이다.
밖으로 나와 어디 구경할 것이 없나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여객터미널 좌측으로 어선의 모습들이 보였다. 그들의 모습을 멀찌감치서 담다가 홀린듯이 다가가게 되었고 펜스 사이로 허름한 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위를 한번 살피고 그곳으로 따라들어가자 수많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곳이 부산항 제4부두였고 그 길은 어업을 하는 사람들이 지나는 통로였다. 나는 그 풍경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다. 아마도 영화 <해무(2014)>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너무나도 사실적인 영화 속 묘사들만큼이나 실제 또한 적나라했다. 방제선과 어선들이 즐비했고 대형 선박들도 종종 보였다. 어선에 오르려던 사람들이 가끔 지나다닐 뿐 한없이 고요했기에 느긋하게 머무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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