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iruma : Loanna |
자전거로 목동을 지나 한강으로 향할 때면 눈에 들어오는 골동품 가게가 하나 있었다. 꽤 큰 규모에 물건도 많아 보이는 가게였다. 사실 가게보다도 그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키 큰 스탠드 하나가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키는 나만 해서 다른 물건들 위로 불쑥 솟아 있었고, 체크 무늬의 갓은 양팔 가득 뻗어 안을 만큼 풍만했다.
하루는 마침내 날을 잡아 벌건 대낮에 가게에 들렀다. 가게는 철제와 청동을 비롯한 여럿 장식품들로 간신히 통로만을 비낀 채 가득 메워져 있었다. 수많은 물건들 속에서도 오고가며 봐뒀던 스탠드는 역시나 눈에 띄었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갓은 물론이고 원목에 금속장식이 된 굵다란 기둥마저 꼭 마음에 들었다. 너무도 뻔한 결말이었지만 스탠드는 결국 다음날 나의 방 안에 놓이게 되었다.
천장의 형광등은 사라진 지 오래다. 평소에는 저 둥둥 떠 있는 둥근 녀석과 새로 들여온 이 두 녀석이 늘상 방 안을 밝힌다. 둘의 빛은 생각보다 잘 어울렸고 전에는 없던 그림자들이 생겨났다. 그 모습을 보고는 두 창문 사이를 가로지르던 책장을 벽면 한 켠으로 옮겨버렸다. 그리하여 빛들은 마침내 막힘없이 번져갔고 그 아래로는 알맞은 그림자가 알맞게 떨어지게 되었다. 참 마음에 들었다. 아니, 마음에 들 때까지 옮겼다. 늘 그랬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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