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를 이전하며 에어컨 얘기를 하셨지만 없어도 괜찮을 줄 알았다. 작년 여름도 뭐 어떻게 에어컨 없이 썼으니까. 그런데 올해는 틀어박혀 연습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도저히 감당이 안 됐다. 대개 부스 들어가면 한 두시간은 훌쩍 지나버리는데 요즘엔 땀이 범벅돼서 30분을 채 넘기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결국 부스 안에 에어컨을 설치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실외기를 방음부스 옆, 아예 방 안쪽에 두려고 했다. 어차피 연습할 때야 부스 안에 있으니 실외기 소음은 들리지 않을테고 방 안이 더워져도 딱히 상관없을 거라 생각했다. 부스를 설치해주신 실장님과 통화를 하며 얘기를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인터넷을 찾아봐도 이같이 방의 안쪽에 두는 경우는 없었다. 그리고 실외기가 설치되는 외부 온도와 실내기가 설치 될 내부 온도의 상관관계도 꽤 컸다. 요즘 소음 문제 때문에 실외기를 창밖으로 설치하지 못하게 하면서 많은 집들이 베란다에 에어컨 자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실내에 두기는 하지만 창과 바로 마주보게 하여 통풍이 잘 되는 곳이었다. 나도 그와 비슷하게 방 안의 큰 창쪽에 실외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기존 창틀 만으로는 실외기를 둘 폭이 적당치 못해 원목 신발대 및 벤치인가 뭐시기를 사서 창틀 높이에 맞게 다리를 잘랐다. 배선은 바닥의 모서리를 따라 가면 깔끔히 설치될 것 같았다. 설치는 실장님이 아시는 설치기사분께 맡겼다. 아래는 설치사진과 동영상들.
1. 부스 내 배선 마감
2. 부스 외부 마감
3. 부스 외부 마감과 전체적인 배선
아래쪽에 있는 것은 배수펌프. 배수펌프 호수는 싱크대 쪽으로 벽을 따라가게 했고, 실외기 배관은 부스를 따라 창가쪽으로 가도록 깔끔하게 해주셨다. 실외기 배관은 총 8M가 나왔다.4. 배수펌프
에어컨에는 밖으로 물을 배출하기 위한 드레인 호스가 설치되는데 호스의 방향이 에어컨보다 낮다면 자연스레 물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 벽에 구멍을 뚫어 1층까지 드레인 호수를 내리는 경우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여의치 않을 때는 옥상으로 드레인 호스를 빼거나 집안의 화장실, 싱크대 등으로 연결해야 하는데, 깔끔하게 하기 위해 벽을 따라가다보면 호스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부분이 생긴다. 그럴 경우는 배수 펌프를 설치해서 물을 밀어내줘야 한다. 배수 펌프 설치를 원하지 않는다면 드레인 호수를 근처에 떨어뜨려 물받이를 갖다 놓아도 된다. 에어컨에서 나오는 물의 양은 때에 따라 많이 다르기 때문에 물받이를 항상 확인하고 비워줘야 한다.
5. 배수펌프 호스
싱크대 쪽으로 연결했다. 펌프에서 물이 흘러나올 때는 꽤 강하게 흘러나온다. 아래 동영상 참고.
6. 실외기 설치 모습
실외기도 회사와 모델마다 크기가 다양한데 캐리어 에어컨은 비교적 큰 편에 속한다. 하지만 설치해놓고 보니 미관상 그리 썩 나쁘지 만은 않았따. 배관도 깔끔했고 원목 벤치와도 잘 맞아떨어진듯. 원목벤치 저거 지금 할인해서 19,000원에 팔고 있음. 목공소 가서 맞췄으면 더럽게 비쌌겠지.
7. 실외기 소음
카메라로 찍으니 잘 안 들려서 인코딩 시 볼륨 140%로 조정했는데, 뭐 일반 실외기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실외기가 창밖에 달려있는 것과 실내에 뒀을 때는 들리는 소리가 꽤 차이가 있다. 생각보다 소음이 있다.
8. 배수펌프 작동 영상
콘센트를 항상 꽂아두고, 일정량의 물이 차면 작동해 물을 뿜어내는 방식이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부스는 굉장히 미니멀한 사이즈라 에어컨을 설치하니 춥다.. 최대 설정 온도인 30도에 맞춰놓고 사용하고 있는데 그래도 너무 추워서 긴바지에 점퍼를 입고 들어간다. 그렇지만 끄는 순간 5분도 채 안돼 더워진다. 뭐 그래도 에어컨 달린 연습실 대여하는 것보다는 훨씬 경제적이다. 전기비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렇게 틀어서는 요금이 별로 나올 것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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