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나무 한 그루 때문에 한참을 길도 나 있지 않은 곳을 돌아다녔다. 길다랗게 이어진 담벼락 주위로는 멋진 매화나무와 벚꽃이 자라나 있었지만 군부대 담벼락이었기에 촬영을 할 수 없었다. 눈에 담길 때까지 나는 잠시간 머물러야 했다. 이 나라 수도의 모든 산들에는 군부대가 있고 출입과 촬영이 불가한 담벼락이 있나 보다.
날씨가 맑지 않아 꽃들이 피었음에도 산은 그리 밝지 않았다. 돌아다니다보니 크게 천막을 친 배드민턴장이 있어 본능처럼 기웃거렸다. 아저씨들께서는 젊어 보인다며 클럽에 들어오라고 꼬드기셨다. 문득 예전 테니스장의 사람들이 생각났다. 내려가다 만난 아주머니께서는 시간을 물어보셨다. 휴대폰을 찾기 위해 벗어논 윗옷 주머니를 뒤적뒤적거리자 귀찮게 했네라며 미안해 하셨다. 혼자 산에 오를 때면 한 마디도 입을 떼지 않고 산을 내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오늘은 아니었다. 아마 평소보다 조금 늦게 나와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함께 산책 온 부부들도 많이 보였다. 운동기구에서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운동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날씨 때문일까 자꾸만 축 쳐지는 기분이다. 춘곤증이라 하는 차라리 그런 곧 지나가버릴 일시적인 것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