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잠에서 깨고 환기를 하려 습관처럼 창가로 간다. 블라인드 뒤로 건너편 원룸의 불빛이 환하다. 혼자 사는 이들은 낮과 밤에 구속되지 않는다. 뒤돌아 이불 정리를 하려니 비춰오는 불빛에 그림자가 진다. 건너온 불빛은 내가 아닌 것들을 밝히고 이는 되려 나를 드러낸다. 멀리 떨어져 있어 그런걸까, 그려진 그림자의 모습이 나와 그렇게 닮지 않았다. 혹시나 하여 팔을 들어다본다. 보란듯이 따라 움직인다. 참고 있던 숨을 푹 내쉰다. 잠시 멍하니, 쟤는 뭘까 생각한다. 찌그러지거나 늘려지지 않은 나의 그림자를 본 것은 참 오랜간만이다. 멍하니 서있는 나와 벽면에 그려진 저 놈 사이는 텅 빈 걸까 아니면 그 또한 그림자로 가득 찼다고 해야 하나. 그림자란 평면적인 것이 아니었던가, 잠시 구시렁거리다 이온 음료를 꺼내 들고 스위치를 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