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될 때에 지난 기억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자취를 감춘다.
지난 2년 동안 단 한 번도 테니스를 치지 않았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새삼 놀란다.
내년 이 맘 때에는 3년 동안 단 한 번도 테니스를 치지 않았다는 사실에 새삼 놀랄 것이다.
오늘은 테니스 얘기가 나와 잠시 타격 자세를 취했는데 그 때문인지 예전 기억들이 떠올랐다.
운동 좋아하는 여잘 만나는 것이 아니라면 앞으로 과연 써먹을 데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또다시 든 생각은 결국 남는건 사람들이라는 생각이다.
얼마전 코트를 찾아갔을 때 교수님들과 회원분들을 뵈었는데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새로운 대학에 들어오며 마치 리셋된 삶을 살아가는 것 같았는데 그들을 만나며
무슨 난리를 쳤든 결국은 연장선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만나다 보면 끼워맞춰지는 삶의 파편을 느낀다
최근 생텍쥐페리의 <사막의 도시>를 읽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도서관에는 찾는 책이 없었고 대신 그의 문장들을 모아둔 책 하나를 빌렸다.
아직 몇 페이지 안 읽었지만 자꾸만 반복해서 읽게 되는 문장이 있다.
"사랑은 주려 하지 않고 받으려고만 하면 오히려 더 가난해진다.
하지만 사랑은 주면 줄수록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누군가가 존재해야만 한다.
나의 것을 주고도 언제나 잃기만 한다면 그것은 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상실하는 것이다."
글쎄, 자꾸만 이 문장이 걸려 다음 장으로 가려다 돌아오곤 한다.
내일은 부산을 내려가 집 정리와 빨래를 마쳐야 하는데 5시간째 음악을 듣고 있다.
바람을 쐬러 공원을 걷듯 생각을 환기(換氣)시키려 쓰여진 글은 오랜만이다.
만약 정말 상실에 가까운 것이라면 그만두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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