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처 없이 교내를 거닐다보면 시선이 머물고, 그러다 결국 발걸음마저 멈추게 되는 곳들이 있다. 그다지 특이한 형상도, 화려한 색상도 아니나 매혹당하듯 끌릴 때가 있다. 지각할 수 있는 시각의 프레임 속에서 가장 완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럴 때는 그 속으로 들어가 직접 만지고 느껴보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그곳에 조그맣게 나를 더해 그려본다. 저기 저 풍경 속 벤치에 앉아 있는 나를 그려보기도 하고, 정자 아래 그늘진 곳에서 쉬어가는 나를 그려보기도 한다. 가끔은 그것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때때로 마음이 요란해 당해낼 수 없을 때에는 그 옆자리에 한 사람 더 그려넣어보고 이내 쓱 지워버리기도 한다. 나무와 풀들로 가득한 여름의 학교는 자칫 푸르딩딩할 수 있으나 이 학교는 막바지 여름에 마저 참 아름다운 곳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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