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도 짧은 외박에서 돌아온 바로 다음날이었다. 그동안 아껴두었던 포상외출을 쓸 기회였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경찰서로 복귀할 수 있는 한 가장 멀리 가고 싶었다. 차가운 계절이라 처음에는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실내를 생각했다. 환승이 필요 없는 인천공항으로 떠났다. 머무는 공간으로써의 공항은 여유로운 곳이었다. 조용한 음식점에서 천천히 점심을 하고 잠진도라는 끄트머리 섬으로 향했다. 비록 바다 건너 대륙까지는 아니더라도 육로로 닿을 수 있는 가장 먼 곳까지 이르고 싶었다.
버스를 달려 잠진도의 한 정류장에 내렸다. 기사님은 유일한 손님이었던 나를 돌아보며 다음 배 들어오는 시간에 오겠다고 했다. 배 타는 곳이 있구나 하며 책자나 하나 얻어 볼 요량으로 매표소에 들렀다. 무의도라는 섬으로 가는 배가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실미도로 가는 길이 있다고 했다. 영화로 너무나도 유명한 그곳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무의도를 오가는 배는 생각보다 많았고 잠진도와는 지근거리였다. 나는 홀린듯 서둘러 표를 끊고 배에 올랐다. 실미도는 무의도에서 썰물 때에만 바닷길이 생겨 건너갈 수 있는 외딴 섬이었다. 만조가 되기 전에 나는 서둘러 두 발로 바닷길을 건넜고 결국 실미도까지 닿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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