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산수유마을과 광양 매화마을 중 한 곳을 택하라면 산수유마을에 더 마음이 간다. 매화마을은 그야말로 봄꽃 명소, 사람들로 북적대는 관광지다. 평일임에도 초입부터 주차장에 이르기까지 40분 가량이 소요됐다. 아랫 마을에서 능선으로 오르는 길들은 시멘트로 다져져 있었고 입구에는 축제를 알리는 풍선과 갖갖의 장터들이 열려 성황이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그러나 그곳은 너무 소란스러웠다. 거대한 스피커를 들여놓은 각설이 공연은 매화마을 중턱에 이르기까지 울려퍼졌다. 게다가 오르는 길목들에는 사진을 찍고 파는 이들과 물건을 파는 이들로 뒤엉켜 있었다. 마을보다는 꽃나무를 심은 유원지에 가까웠다. 자연스럽고 적막한 공간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어느정도 거부감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때로는 인위적인 것이 더 아름다울 때가 있다. 온갖 물고기를 잡아다 한데 몰아넣은 아쿠아리움이 아름답게 느껴지듯 산등성이 천지에 심은 매화를 바라보는 것은 아름다웠다. 해질 무렵의 풍경은 신비롭기까지 했다. 두 번은 아니지만 한 번쯤은 와 볼 만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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