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리움은 중학교에서 현장학습으로 가본 게 마지막이다. 그 기억은 시퍼런 수족관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에만 전부 의존하고 있어 그때 본 물고기들은 하나도 기억 나지 않는다. 한창 겉모습에 신경쓸 때라 아쿠아리움 따위는 그저 퍼런 배경에 불과했다.
물고기를 좋아한다. 언젠가부터 수산시장, 횟집을 가도 눈에 들어오는건 살아 움직이는 물고기들이었다. 물고기에서 살짝 어감만 바꾸면 생선이 되는데 먹기 위한 물고기들도, 심지어 마트 진열대 위의 꽁꽁 얼려놓은 동태들 조차도 나는 좋았다. 같은 생명을 가진 것이 저렇게 신기하게 생겼다니. 흔히 상상하는 외계인의 모습보다도 훨씬 더 외계인 같았다.
이번에는 거의 모든 수족관마다 얼굴을 들이밀고 그들을 관찰했다. 다음 수조엔 또다른 녀석이 있다는 생각은 너무도 즐거웠다. 우린 특히 벨루가에 제대로 빠져버렸다. 수족관의 마스코트이기도 한 그 녀석 때문에 한참을 머무르고, 갔다가 또다시 돌아오고, 하루 온종일 허우적댔다.
아쿠아리움의 수조를 들여다보는 것은 마치 파노라마 영상을 보는 것 같아 관람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영화를 본 후 돌아갈 때의 여운이 있었다. 그녀는 이제 어른이 되어 예전처럼 신비롭고 자유롭게 잘 받아들이지 못할까 걱정도 했는데 정말 좋았다고 했다. 요사이 들른 가장 만족스런 곳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