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앞에 앉아 쉬고 있을 때였다. 인기척에 돌아보니 클래스 후배 기현이가 고개를 내밀고 뭐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어폰을 빼자 교수님께서 잠깐 나와보라고 하셨다고 한다. 무슨 뜬금없는 얘기인가 했더니 오늘 사범대학 건물에서 수학 올림피아드가 열려 여섯시 반까지 연습실 사용이 어렵다고 한다. 연습하다 우르르 불려나온 학생들은 딱히 당혹스럽지도 그렇다고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또 아닌 듯한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적당히 목을 풀고 가사를 보거나 노래를 들을 생각이었기에 별다른 차질은 없었다. 학생들은 연습실을 떠났고 연습실은 매우 고요했다. 입학했을 당시 학교의 연습실이 꼭 이랬는데 요즘은 너무 소란스럽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에어컨 바람으로 적당히 시원했고 전등을 모두 끄자 더욱 시원하고 쾌적했다. 창 너머로 적당히 들어오는 빛에 비추어 책을 읽었다. 너무도 편안했고 바람 이는 소리가 들려오자 흔들리는 나뭇잎이 책 위로 그려졌다. 순간의 공간에 반해서일까. 지금의 선택에 다시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자리는 너무나도 만족스럽고 내일 또한 어김없이 그 자리로 돌아간다는 사실은 나를 단잠에 들게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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