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곳에 얼마나 있었던 걸까.
함께 할 때면 언제나 하얗게 시간을 태워버린다.
"대체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걸까?"
"아마도 꽤 오랜"
"분명 말도 안 되는 시간이 흘렀을거야"
"응, 아마도"
그렇게 말하면서도 누구도 시계를 들여다보진 않았다.
얼핏 본 창밖의 색은 짙어진 성에로 가득했다.
밖으로 나오자 어느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역시나, 이것 좀 봐. 그새에 날씨가 바꼈어"
뒤따라오던 그녀는 곁에서 한참이나 눈을 지켜봤다.
그녀는 맞은편 길가에 쌓인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눈일까?"
"응?"
"우리가 함께 있던 시간 말이야"
그곳엔 우리가 함께 한 시간만큼의 눈이 쌓여있었다.
쌓여가는 시간을 보며 우린 서로를 더욱 의식했다.
적어도 그 순간만은 눈이 그치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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